언론기고5%에 가로막힌 내 표... '봉쇄조항' 철폐로 민주주의 문 열자

2026-04-03

5%에 가로막힌 내 표... '봉쇄조항' 철폐로 민주주의 문 열자

[주장] 지방 자치 발전 위해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오마이뉴스 원문 보기(클릭)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광역비례대표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은 4.87%를 얻었다. 이름도 낯선 정당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득표를 받았지만, 녹색당 캠프는 짙은 아쉬움과 탄식이 가득하지 않았을까? 정당득표율 5%를 넘어야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는데 아깝게 놓쳤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2018년의 제주의 녹색당뿐 아니라, 우리 지방선거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 5%를 넘지 못하면 해당 정당의 표는 모두 투표했지만 없는 표로 처리된다. 이른바 '봉쇄조항'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싹쓸이하고, 소수 정당에게는 투표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현재의 구조에서 5%는 거대한 절벽과 같다. 4.87%가 아니라 4.99%를 얻은 정당의 지지자들은 졸지에 자신의 표가 죽은 표로 취급받는 '사표(死票)'의 허망함을 맛봐야 한다. 이것은 과연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기득권 정당들의 담합이 만들어낸 '가짜 민의'인가?



총선 봉쇄조항 3% 위헌, 지방의회 5%는 왜 아직인가?


우리는 이미 중요한 이정표를 가지고 있다. 2026년 1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배분 기준이었던 '3% 봉쇄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이 정당 간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표의 등가성을 훼손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즉,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 모든 국민의 의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보다 규모가 작고, 더 세밀한 민심을 반영해야 할 지방의회의 문턱이 국회보다 높은 5%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그렇다. 헌재의 결정 취지를 따른다면, 지방선거의 5% 봉쇄조항 역시 명백한 '위헌적 요소'를 품고 있다.


국회보다 더 좁은 문을 만들어 소수 정당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지방정치를 거대 양당의 전유물로 고착시키겠다는 기득권의 담합과 다름없다. 왜 국회는 3%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고 하면서, 지방의회는 5%의 장벽을 고수하는가? 이것은 지방 자치에 대한 무시이자,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이중 잣대라고 생각한다.



소수 정당이 진출하면 지방 행정의 투명성 강화


왜 우리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에 열망하는가? 그것이 단순히 '다양성'이라는 추상적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 행정의 감시와 견제라는 실리적 이유가 크다.


양당이 사이좋게 의석을 나눠 갖는 구조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밀실 야합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소신 있는 소수 정당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의회에 입성하면 풍경은 달라진다. 거대 정당이 외면했던 지역의 소수자 인권, 환경 문제, 예산 낭비 사례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결국 소수 정당의 목소리는 지방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강력한 효과를 일으킨다. 다양한 정당의 의원들이 의회에서 활동하며, 각자의 시각으로 지방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때, 부패와 부조리는 줄어들고 지방 자치는 더욱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방의회선거 5% 봉쇄조항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
▲지방의회선거 5% 봉쇄조항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 ⓒ 녹색당



2026년, 봉쇄를 풀고 지방자치 민주주의의 문을 열자


5%라는 인위적인 장벽으로 민심을 가두는 행위는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자, 지방 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이다. 국회는 더 이상 '검토 중'이라는 '신중함'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부터 민주주의의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5% 봉쇄조항을 철폐하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 그것이 2026년 지방선거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민 모두의 축제'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

낡은 제도의 빗장을 풀고, 다양한 민심이 살아 숨 쉬는 지방의회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방 자치의 발전을 위해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은 한 표는 주권자의 의사 표시이자 권한 행사로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는 자신의 표가 온전히 권력에 반영되는 선거 제도를 가질 권능을 갖고 있다. 2026년, 국회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봉쇄를 풀어서, 지역에서부터 더 민주적인 선거와 정치 문화를 앞당겨 가져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제민은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선거제도개혁연대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