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선거 현수막이라니... 이젠 바꾸자
[주장] 수백억 세금 낭비하는 인쇄물 선거, 이제는 '디지털 전환' 해야 할 때
*오마이뉴스 원문 보기(클릭)

▲선거가 끝난 6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사거리에 선거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 최지선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공동주택 우편함에 꽂혀 있는 뜯지도 않은 공보물 더미, 유효기간이 지났음에도 회수되지 않아 길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들이다. 선거운동 기간 13일간 앞다투어 쏟아지던 '물량 공세'의 결과물들은 선거가 끝나는 순간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현수막과 공보물로 대표되는 '선거 쓰레기' 문제는 다년간 꾸준히 지적돼 왔다. 단 하루의 선거를 위해 투입된 막대한 자원이 순식간에 폐기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수막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집집마다 배달되는 공보물을 위해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제작과 배송에 수백억 원의 귀한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열독률은 턱없이 낮다.
최근 발표된 유권자 설문조사는 공보물 디지털 전환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올 2월, 전국공무원노조가 성인남녀 6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2%가 공보물을 '대충 훑어'본다고 응답했다. 봉투째 버리거나 아예 읽지 않는 응답도 무려 37%에 달한 반면, '자세히 읽는다'는 비율은 고작 '11%'에 불과했다. 공보물을 버리는 이유로는 '이미 알고 있어서(55.7%)' 혹은 '공약이 비슷해서(30.7%)'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특히 출마자가 많은 지방선거의 경우, 20명이 넘는 후보자의 공보물을 유권자가 일일이 살펴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수막 역시 도시 미관을 해칠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춘천에서는 가로등과 신호등 사이에 걸린 선거현수막이 강풍을 이기지 못해 신호등이 통째로 뽑히며 보행자를 덮칠뻔 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MBC 보도에서도 스쿨존에 거치된 현수막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서울의 한 공동주택 계단에 방치된 선거 공보물 더미 ⓒ 최지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홍보물 논란, 과연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 국외 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현수막보다 포스터·스티커·소형 인쇄물 위주로 홍보를 해 대량·일시적 폐현수막 문제가 덜 발생한다"며 "인도선거관리위원회는 1999년부터 정당과 후보들에게 플라스틱·폴리에틸렌 소재 포스터·현수막 사용 자제, 폴리염화비닐(PVC)이나 염소계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명령하는 대신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 천연 직물, 재활용 종이 등 대안 소재 사용을 각 주에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 미국, 방글라데시 등은 선거 폐기물 업사이클링 센터를 만들거나 관련 민간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필리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캠페인 확대를. 미국 일부 홍보물 제작업체는 퇴비화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경남도민일보 <선거 현수막·공보물 '탄소 발자국' 줄일 친환경·온라인 공보 강화 방안은?> 기사 참고).
한국의 중앙선관위도 지난 21대 국회 당시 공보물 수량을 줄이거나 일부 전자화하는 의견서를 낸 적은 있으나, 실제 규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보물 재생용지 사용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법안들이 계류중이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민간 차원에서 선거 쓰레기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해 온 청년 환경단체 '지지배'는 올해는 지방선거에서 수거된 현수막으로 수해 복구용 모래주머니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쓰레기 없는 선거를 위한 시민모임' 역시 지난 4월 국회에서 '친환경 선거운동 입법'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선거운동복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공모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쓰레기 문제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선거판에서 상대 후보보다 홍보물 수량을 자발적으로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별 후보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선거법 개정이라는 구조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환경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고도의 디지털시대에 낡은 인쇄물 위주의 선거운동 방식이 효과적인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율 98%를 자랑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국회가 선거 홍보물의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선거법'마련에 책임있게 응답할 때다.

▲지지배의 카카오 같이가치 페이지(왼쪽), 선거운동복 업사이클링 공모전(오른쪽) ⓒ 카카오 같이가치, 서울환경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 시대에 선거 현수막이라니... 이젠 바꾸자
[주장] 수백억 세금 낭비하는 인쇄물 선거, 이제는 '디지털 전환' 해야 할 때
*오마이뉴스 원문 보기(클릭)
▲선거가 끝난 6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사거리에 선거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 최지선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공동주택 우편함에 꽂혀 있는 뜯지도 않은 공보물 더미, 유효기간이 지났음에도 회수되지 않아 길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들이다. 선거운동 기간 13일간 앞다투어 쏟아지던 '물량 공세'의 결과물들은 선거가 끝나는 순간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현수막과 공보물로 대표되는 '선거 쓰레기' 문제는 다년간 꾸준히 지적돼 왔다. 단 하루의 선거를 위해 투입된 막대한 자원이 순식간에 폐기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수막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집집마다 배달되는 공보물을 위해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제작과 배송에 수백억 원의 귀한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열독률은 턱없이 낮다.
최근 발표된 유권자 설문조사는 공보물 디지털 전환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올 2월, 전국공무원노조가 성인남녀 6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2%가 공보물을 '대충 훑어'본다고 응답했다. 봉투째 버리거나 아예 읽지 않는 응답도 무려 37%에 달한 반면, '자세히 읽는다'는 비율은 고작 '11%'에 불과했다. 공보물을 버리는 이유로는 '이미 알고 있어서(55.7%)' 혹은 '공약이 비슷해서(30.7%)'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특히 출마자가 많은 지방선거의 경우, 20명이 넘는 후보자의 공보물을 유권자가 일일이 살펴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수막 역시 도시 미관을 해칠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춘천에서는 가로등과 신호등 사이에 걸린 선거현수막이 강풍을 이기지 못해 신호등이 통째로 뽑히며 보행자를 덮칠뻔 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MBC 보도에서도 스쿨존에 거치된 현수막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서울의 한 공동주택 계단에 방치된 선거 공보물 더미 ⓒ 최지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홍보물 논란, 과연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 국외 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현수막보다 포스터·스티커·소형 인쇄물 위주로 홍보를 해 대량·일시적 폐현수막 문제가 덜 발생한다"며 "인도선거관리위원회는 1999년부터 정당과 후보들에게 플라스틱·폴리에틸렌 소재 포스터·현수막 사용 자제, 폴리염화비닐(PVC)이나 염소계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명령하는 대신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 천연 직물, 재활용 종이 등 대안 소재 사용을 각 주에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 미국, 방글라데시 등은 선거 폐기물 업사이클링 센터를 만들거나 관련 민간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필리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캠페인 확대를. 미국 일부 홍보물 제작업체는 퇴비화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경남도민일보 <선거 현수막·공보물 '탄소 발자국' 줄일 친환경·온라인 공보 강화 방안은?> 기사 참고).
한국의 중앙선관위도 지난 21대 국회 당시 공보물 수량을 줄이거나 일부 전자화하는 의견서를 낸 적은 있으나, 실제 규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보물 재생용지 사용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법안들이 계류중이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민간 차원에서 선거 쓰레기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해 온 청년 환경단체 '지지배'는 올해는 지방선거에서 수거된 현수막으로 수해 복구용 모래주머니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쓰레기 없는 선거를 위한 시민모임' 역시 지난 4월 국회에서 '친환경 선거운동 입법'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선거운동복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공모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쓰레기 문제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선거판에서 상대 후보보다 홍보물 수량을 자발적으로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별 후보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선거법 개정이라는 구조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환경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고도의 디지털시대에 낡은 인쇄물 위주의 선거운동 방식이 효과적인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율 98%를 자랑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국회가 선거 홍보물의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선거법'마련에 책임있게 응답할 때다.
▲지지배의 카카오 같이가치 페이지(왼쪽), 선거운동복 업사이클링 공모전(오른쪽) ⓒ 카카오 같이가치, 서울환경연합 홈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