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과반 지지 못 받는 지자체장 수두룩, 결선투표로 뽑자

2026-05-27

과반 지지 못 받는 지자체장 수두룩, 결선투표로 뽑자

[2026 지방선거, 판을 바꿔라] 주민 과반의 당당한 지지, 강력한 리더십과 협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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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찬찬히 뜯어보면 참으로 우려스러운 현상이 있다. 분명 지역 주민들의 대표로 선출된 단체장들인데, 실제로는 주민 과반의 지지조차 얻지 못한 채 당선된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거대 양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표가 팽팽하게 갈렸거나, 정당 공천에 반발한 유력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다자 구도가 형성된 지역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도드라진다. 단 한 표라도 많으면 이기는 현행 단순다수대표제의 맹점 때문에, 주민 다수의 온전한 동의를 받지 못한 단체장이 탄생하는 구조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엄연한 당선인이지만, 지역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도 받지 못한 단체장을 과연 주민의 대표자, 대리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범한 지방정부는 시작부터 민주적 정당성의 취약함이라는 부작용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더 많은 민심을 마주해야 하다 보니, 단체장은 임기 초반에 무리하게 눈에 보이는 치적 중심의 대규모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경향을 보인다. 주민 다수의 충분한 공감대와 합의 없이 강행되는 정책은 결국 임기 내내 극심한 지역 사회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단체장에게 이를 수습할 리더십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반대파 주민이나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할 때, 취약한 지지 기반을 가진 단체장은 포용과 소통보다는 오히려 독단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기 쉽다. 결국 지방 행정 현장은 소통 부재와 불통 그리고 깊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마비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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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로 치러진 2022년 프랑스 대선 결과 (구글 이미지 CCL 검색) ⓒ BBC관련사진보기



과반의 지지를 만들어내는 제도적 대안: 결선투표와 선호투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자치단체장을 뽑을 때 과반 득표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지방선거에 이를 대입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1차 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인 50%를 득표하지 못했을 경우에 1위와 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몇 주 후 2차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최종 당선인은 무조건 출석 투표자의 과반 지지를 확보하게 되므로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뚜렷한 장점이 생긴다. 다만 투표를 두 번 해야 하므로 선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국민적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명확하다.


두 번째 대안은 투표용지에 후보 한 명만 찍는 게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순서대로 1순위부터 차례로 기표하는 선호투표제이다. 1순위 표만 먼저 개표했을 때 과반 당선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킨 뒤, 그 후보가 받은 표를 다음 순위 지지 후보들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을 누군가 과반이 될 때까지 반복하는 방식인데, 이는 한 번의 투표만으로도 결선투표를 치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선거 비용이 늘지 않으면서도 후보 간 비방전을 줄이고 정책 연대를 활성화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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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의회 교육센터의 선호투표제 설명 자료 (구글 이미지 CCL 검색) ⓒ peo.gov.au관련사진보기



적대적 승자독식을 넘어 연대와 협치의 지방정부로


이러한 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가 가져올 가장 극적인 변화는 선거판과 행정 현장에 협치가 자연스럽게 제도화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선거는 내가 살기 위해 상대방을 철저히 짓밟아야 하는 적대적 치킨 게임에 가깝다. 하지만 결선이나 순위 투표가 도입되면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1차 투표에서 밀려난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을 최종 단계에서 흡수해야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 정당 후보는 다른 정치 세력의 좋은 공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부정적 흑색선전은 줄어들고 정책 연합을 위한 연대가 활발해진다. 당선 이후 다른 정당이나 시민사회 인사가 부단체장으로 참여하거나 연합정부 형태의 지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가 구정에 골고루 반영되는 진정한 통합 행정도 가능하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 지방정치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소수 득표자의 독식 무대에 머물러 있다. 주민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지역 갈등을 뚝심 있게 해결하려면 단체장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 단체장에게 필요한 그 힘은 공무원 조직을 강제로 쥐어짜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 과반이 나를 지지해 주었다는 당당한 정당성에서 나온다. 당당하고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지자체장을 보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와 선호투표제 도입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지자체장의 정당성을 확실하게 높여주는 고유의 가치야말로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