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유권자 참정권 위협하는 지방선거 '무투표당선'

2026-04-17


유권자 참정권 위협하는 지방선거 '무투표당선'

[2026 지방선거, 판을 바꿔라] 2인 선거구라는 답합, 기초의회가 '내 표' 를 더 잘 반영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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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10명 중 1명은 유권자가 뽑지 않았다'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우리를 대변할 사람을 뽑는다. 그런데 투표함에 표 한 장 들어가지 않았는데 당선인이 결정되는 일이 있다. 바로 '무투표 당선'이다.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사람은 총 508명이었다. 전체 당선자 10명 중 1명(12.3%) 꼴로, 유권자들은 표 한 장 없이 당선된 우리 동네 대표를 맞이해야 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경쟁이 사라진 선거구, 범인은 '2인 선거구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출마한 후보가 뽑을 인원수와 같으면 우리나라 선거법은 찬반투표도 없이 당선을 확정짓는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의 '2인 선거구제'가 거대 양당 '나눠먹기'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럼 무투표당선 선거구에서는 왜 경쟁이 없을까?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후보를 1명씩 낼 경우,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출마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무투표 당선(294명)의 94%가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한편, 3인 선거구의 무투표 당선자가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무투표 당선 사례의 6%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뽑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경쟁이 살아난다는 증거이다.

무투표당선은 2018년 선거보다 2022년 선거에서 약 6배 정도 늘었는데, 중앙선관위도 이 원인을 "양대 정당간 대결 구도 심화"로 본다(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총람). 2인 선거구에서는 사실상 양당이 의석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가지며, 결과적으로 유권자는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무투표당선 유형별로 짚어보기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지역별, 선거별로 살펴보면 더 잘 드러난다.


2022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8명 선거구별 현황 무투표 당선자별 선거구 현황
▲2022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8명 선거구별 현황무투표 당선자별 선거구 현황 ⓒ 최지선관련사진보기

기초의회 2인 선거구에 이어 두번째로 무투표 당선이 많은 경우는 광역의원(시, 도의원) 선거이다(108명). 광역의원 선거는 선거구당 1명을 뽑는데, 특정 정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역의 경우 경쟁이 사라진다. 가령, 대구에서 국민의힘이, 광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1명 낼 경우, 다른 정당 후보들은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 다음으로는 비례대표 기초의원 선거에서 99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비례대표 의석이 1~3석으로 배정된 상황에서 우세정당이 1명의 후보를 내거나, 양당이 1명씩 후보를 내거나, 3석일 때는 좀더 우세한 정당이 2명을 내고, 타정당이 1명을 내면 투표 없이 '나눠먹기'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체 무투표 당선자의 1%인 6명은 자치단체장이었다. 그 지역을 보면 광주 광산구, 대구 달서구과 중구, 경북 예천, 전남 보성과 해남이다. '투표 없는 구청장 선거'가 수도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역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학생회 선거도 하는 '찬반투표', 왜 공직선거법엔 없나?

대학 학생회 선거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선거도 단독 후보일 때는 찬반투표를 거친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공직 선거에 최소한의 검증절차인 찬반투표조차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 상식에 어긋난다. 그 결과는 후보자들이 지역의 유권자보다 공천권을 쥔 정당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정당 내부 줄세우기와 공천 헌금 같은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결국 거대 양당이 1등과 2등을 나눠 먹는 2인 선거구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3-5인 중대선거구제가 논의된다. 앞서 살펴봤듯 조금이라도 경쟁요소를 넣는다는 면에서는 진일보한 대안이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단점도 있다. 지역구가 커지기 때문에 신인이나 소수정당 후보가 넓어진 지역구에서 인지도를 높이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고, 선거비용이 늘어난다.


2026년, 주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려면

단순히 선거구를 넓히는 것을 넘어, 민의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하다. 정당이 정해준 순서대로 당선되는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당과 인물을 직접 선택하는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소수 정당과 실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유권자의 선택권이 보장된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력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다. 이번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을 없애서, 주민들에게서 박탈된 12.3%의 권력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