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후기헌법 개정과 지방선거제도 개혁(2부) - 하승수&김찬휘 대담

2025-11-13

시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연속토론회가 진행중입니다. 지난 11월 6일(목)에 선거제도개혁연대가 주관하여 "헌법 개정과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주제로 대화모임이 열렸습니다. 

  • 발제: 하승수(전국시국회의 헌법개정특위 공동위원장)
  • 대담: 김찬휘(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
  • 일시: 2025년11월 6일(목) 오후 7:30~9:00
  • 장소: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회의실1 (용산구 백범로99길 40 용산베르디움프렌즈 101동 지하1층)
  • 주최: 시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
  • 주관: 선거제도개혁연대


2부 순서로, 하승수 전국시국회의 헌법개정특위 공동위원장과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의 대담 영상과 요약 내용을 공유합니다. 




국민참여 개헌절차법


김찬휘

오늘 강연 정말 잘 들었습니다. 

예전에 정치개혁공동행동에서 시민 1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어떤 선거제도가 좋은가’를 주제로 공론화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비례대표제에 대해 “돈 받고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강연과 수기토론을 거치면서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더군요.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토론하는 과정이 얼마나 성숙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직접 체감했습니다.

오늘 말씀하신 ‘국민참여형 개헌 절차법’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시민이 수기토론을 통해 헌법 개정에 의견을 내는 구조라면, 실제로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요?


하승수

아일랜드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100명이 헌법개정 의제를 놓고 회의를 엽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찬반토론을 거쳐, 예를 들어 7대3 정도로 의견이 모이면 그 결과를 국회로 넘깁니다.

국회는 그 권고안을 검토해 표결하거나, 국민투표에 붙입니다.

동성혼 인정, 낙태 허용, 이혼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이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도 꼭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시민의회’를 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그 과정을 국민이 지켜보며 함께 배우는 것.

그게 바로 성숙한 민주주의의 과정입니다.


2018년에도 문재인 정부가 개헌을 시도할 때, 무작위 시민을 모아 권역별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시민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했는지 기억합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질문이 쏟아졌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문제의식을 만들어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제도적 뒷받침입니다.

시민의회가 논의한 결과를 국회가 반드시 검토하게 하고,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그걸 법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바로 ‘개헌 절차법’입니다.


국회가 주도한 개헌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에도 개헌특위를 만들었지만, 1년 동안 초안 하나 내지 못했잖아요.

의원들이 회의에 안 오고, 국민적 공감대도 없었죠.

이제는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개헌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개헌 절차법’이 통과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전진입니다.


김찬휘

현재 국회에 그런 법안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습니까?


하승수

있습니다. 이미 세 가지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그걸 종합하거나 수정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사실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며칠 만에도 법을 만듭니다.

문제는 의지죠.


김찬휘

국민발안권이 아직 없으니, 개헌 절차법이 더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게 설계되어야 하겠네요.


하승수

맞습니다. 국민발안제가 도입돼도 절차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국민발안은 ‘제안’에 불과하거든요. 실제로 국회가 심의하고 국민이 논의하려면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쟁점별로 공개 토론을 하고, 시민의회에서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법에 명시돼야 합니다.



개헌 현실 가능성과 200석 문제


김찬휘

헌법 개정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즉 200석이 필요하잖아요.

민주당과 그 우호세력, 무소속까지 합쳐도 188석 정도이고,

개혁신당을 더해도 191석 정도입니다.

결국 9석이 부족합니다.

한동훈 세력의 협조 없이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데,

그들이 찬성할 만한 개헌안의 내용은 어떤 걸까요?


하승수

헌법 개정은 특정 진영의 의제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합의 가능한 개헌’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예컨대 지방분권 강화는 국민의힘도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영남권 지역 언론조차 찬성합니다. 지역이 너무 어려우니까요.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건 보수든 진보든 공통의 과제입니다.


또 하나는 내란 방지 조항입니다.

작년 계엄 사태 때를 기억하시죠?

국회가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해제 선언하기까지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국민이 얼마나 불안했습니까.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국회가 해제 결의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문구를 헌법에 넣어야 합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도 필요합니다.

특히 내란죄에 대한 사면은 금지해야 합니다.

전두환·노태우 사면이 남긴 상처를 생각하면, 이제는 헌법으로 막아야죠.


이런 조항들은 국민의힘이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반대하면 스스로 비민주적 이미지를 강화하게 되니까요.

결국 관건은 민주당의 결단입니다.

민주당이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면, 9석 정도는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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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제 도입과 지방분권


김찬휘

그렇네요.

사실 이런 비정쟁적 의제부터 시작해야 국민 공감도 넓히고,

정쟁의 틈새에서도 정치적 합의를 이끌 수 있겠네요.


책을 보니 상원제 이야기도 있던데요.

우리에게 정말 상원이 필요할까요?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승수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헌법의 비극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있습니다.

하원은 인구 비례로 구성되니 자연히 수도권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지역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양원제입니다.

하원은 인구 대표, 상원은 지역 대표.

상원은 시·도 단위로 선출된 의원들이 구성하고,

입법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이나 독일이 그런 모델이죠.


만약 상원 도입이 어렵다면,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헌법에 명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방의 의견이 국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헌법은 권력 분산의 설계도이자, 정치 구조를 재배치하는 문서니까요.


김찬휘

책을 보니 하원은 ‘민주원’, 상원은 ‘공화원’이라고 이름 붙이셨더군요.

‘민주공화국’의 원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한 셈이네요.

특히 수도권 인구가 절반이 넘는 한국 현실에서,

지역 대표 상원은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하승수

맞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아요.

그래서 상원을 신설한다고 하면 거부감부터 나올 겁니다.

그걸 완화하려면 ‘3선 제한’ 같은 장치가 필요합니다.

국회의원은 평생직업이 아니니까요.

세 번까지만 하도록 하면 신진 정치인들이 진입할 기회도 늘어나고,

국회에 대한 불신도 조금은 줄어들 겁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실제로 주의회 의원에게 3선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vs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김찬휘

이제 선거제도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하 대표님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정치개혁운동을 주도하셨습니다.

그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셨는데,

최근에는 ‘개방형 정당명부 비례제’를 말씀하시더군요.

입장을 바꾸신 이유가 있을까요?


하승수

그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엔 덴마크·스웨덴식 정당명부제도 논의됐지만,

선관위가 독일식을 밀면서 그 방향으로 갔던 거죠.

결과적으로는 ‘준연동형’으로 왜곡돼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현실을 봐야 합니다.

한국 유권자들은 ‘비례대표는 당이 밀어넣는 자리’라는 불신이 큽니다.

그래서 유권자가 정당도, 후보도 직접 선택하는 개방형 명부제가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건 투표용지에서 정당을 고르고, 그 정당 안의 후보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찍는 방식이죠.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제도입니다.


김찬휘

스웨덴처럼 정당별로 이름이 쭉 적혀 있고,

거기서 사람을 고르는 방식이군요.


하승수

맞습니다.

그런 투표용지 예시까지 포함한 법안이 이미 발의된 적도 있습니다.

다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을 뿐이죠.

저는 이 방향이 한국 정치의 신뢰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지방선거 제도 개혁과 소·중대선거구제


김찬휘

이제 지방정치로 시선을 옮겨볼까요.

최근 헌법재판소가 장수군 선거구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구 편차가 너무 크다는 이유였죠.

김준우 변호사는 소·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습니다.

작은 군은 1인 선거구, 큰 도시는 6인 선거구로 하자는 방식인데,

하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하승수

저는 조금 다른 시각입니다.

도의회 선거가 지금은 거의 ‘국회의원 선거의 축소판’이 되어버렸어요.

“우리 군엔 도의원 한 명 있어야 한다”는 지역 대표 논리가 너무 강하죠.

하지만 도의원은 도 전체의 일을 해야 합니다.

지역 민원 해결사가 아니라, 광역 차원의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비례대표 비중을 높이고,

정당이 농민·여성·장애인 등 사회집단을 대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농촌이라면 ‘농촌 대표 정당’이 생길 수 있어야 하죠.

그게 진짜 지방정치의 다양성입니다.



읍면동 자치와 주민자치회


김찬휘

결국 지역 단위 대표보다 ‘생활권 단위의 자치’가 핵심이겠네요.

최근 주민자치회 운동이 활발합니다.

읍면동 자치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하승수

저는 그게 바로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현재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주민자치회 보편화’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읍면동 중 3분의 1만 전환됐고, 나머지는 제자리걸음입니다.


또 하나는 ‘읍면장 주민선출제’입니다.

1961년 이전엔 읍면장이 선출직이었습니다.

이 제도를 다시 실험해보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 진전이 없습니다.

시민 자치의 문을 열어놓고도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거죠.


진짜 자치는 광역단위가 아니라 생활단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매일 만나는 공간, 즉 읍면동에서

의제 설정과 결정이 이루어질 때 지방정치가 살아납니다.


김찬휘

결국 헌법 개정도, 선거제도 개혁도, 지방자치 강화도

모두 ‘시민의 주체화’라는 한 축으로 모이네요.

지금 정치의 위기가 결국 시민의 무력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하승수

우리가 ‘정치 불신’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만,

사실은 ‘참여의 부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정치는 신뢰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참여로 살아나는 겁니다.

그게 헌법의 정신이기도 하죠.


저는 늘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을 시민이 주도해야, 헌법이 진짜 살아있는 문서가 됩니다.


김찬휘

“헌법은 시민의 학습 과정이다.”

오늘 대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말입니다.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선거제도 개혁이 진전될 때

그 중심에 시민이 서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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